무료하게 엎드려 자고 있는 강아지를 볼때면,
가끔 앞에 앉혀두고 혼잣말을 할때가 있다.
“산책갈까?”, “간식줄까?”하는 괜한 말로 놀리다가
반응을 살펴보는 나쁜(?) 취미가 있기도 하다.
그럴때마다 열 번 이면 열 번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하거나 빤히 보는걸 보면서 재미있어한다.
그런데 어떨 땐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나,
다시 읽고 싶은 내용이 생기면, 작은 목소리로
읽어볼때가 있는데, 그럴때도 우리 강아지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곤 하는 것을 몇 번 보았다.
마치 무슨 얘기인지 알아듣고 싶어하는듯한 표정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그래서 더 어려운 내용이나 구절을 읽어주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나도 이해가 빨라지고 마음도 편해졌다.
갑자기 궁금한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보았다.
검색어는 '강아지한테 책 읽어주기'
단순한 호기심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결과는
의외로 재미있는 내용이 있었다.
◀ 독서치유견 ▶
미국과 영국의 도서관에는 강아지한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 (Reading dogs program)이 꽤 많이 있다.
아이들이 읽어주는 책을 편안한 자세로 들어주고 있는 반려견들을
‘독서치유견(Reading Therpy dogs)’이라는
전문적이고 근사한 용어로 부른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200개 초중고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고,
아이들을 보고 짖거나 물지 않도록 훈련 받은
반려견들만 독서치유견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 아이들의 독서습관과 치유견의 역할 ▶
휴대폰과 영상미디어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
독서경험도 많지 않고 책읽는 습관도 안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책 읽는 것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문장이나 단어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떨어진다.
(※ 최근에는 어린이들 뿐 아니라 20대 이상의 성인들에게도
유사한 장애나 문제가 자주 발견되고 있다.)
나중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런 문제들이 학습장애나
자신감 저하와 같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책 읽는 게 서툴다면 금방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는 어린이들이
책을 멀리하게 되는 악순환의 시작이 된다.
그럼 독서치유견이 이런 문제들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해외의 사례에서 보면 독서치유견의 활동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그저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아이들이 소리내어 읽어주는 책을 듣고 있다.
독서치유견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의 사람들은
마음이 진정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평소 압박감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보통 반려견을 대하면 금방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여 독서 외에도 심리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독서치유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충분히 도움이 되면서도 재미있는
훌륭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귀엽고 점잖고 충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청중인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어린이들은 독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한편 자신감도 쑥쑥 자란다.
읽기에 서툰 어린이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책을 읽고 싶은
동기를 다시 발견하는 데 있어, 독서치유견은 믿을 수 있고,
비판적이지 않으며 실수에 너그러운 최고의 청중일 것이다.
아이들은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또 누군가로부터의
평가에서도 자유롭게 책읽기를 연습할 수 있다.
이미 읽기에 능숙한 성인들도
목소리의 톤이나 높낮이를 달리하며
반려견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을것이다.
(산책이나 간식을 들먹이며 놀려먹었던
경험에서 이미 공감하지 않았는가?)
어린이들이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독서습관을 길러줄 뿐 아니라, 문해력 증진에도 도움이 되고,
난독증이 있는 어린이들은 알파벳을 정확히 발음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반려견과 더불어 책을 읽음으로써 집중적인 읽기 연습에서
즐거움을 찾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반대로
이런 활동은 반려견한테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미국 미주리주의 한 동물보호소는 6~15세 청소년들이 유기견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유기견들은
아이들의 음성을 들으며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된다고 한다.
책 읽어 주기의 대상이 꼭 반려견일 필요는 없다.
앵무새가 되어도 좋고, 도마뱀이나 작은 커피나무가 심겨진
화분이라 해도 그 효과는 같으리라 생각된다.
좋은 책을 반려견과 나누며 어린이들이 즐겁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읽기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이런 좋은 활동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독서치유견에게 책 읽어 주기"의 효과
1. 반려동물 테라피 (pet therapy) 효과
강아지와의 교감은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학교에서 느끼는 압박감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아이도
반려견과 함께하면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독서 자체를 즐길 수 있다.
뉴욕 베세트 의료센터 조사에 따르면 반려견과
함께 자란 아이가 심리적 안정감이 더 높았다.
“반려견과 유대감을 나눌 때 우리 몸은 사람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수치가 낮아진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아주 긍정적이다.” (앤 가돔즈키 의학박사, 2015.11.26. 미러)
2. 너그러운 청중효과
책 읽는 게 서툰 아이들은 독서할 때마다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책을 멀리하게 된다.
그런데 반려견은 비판적이지 않으며 실수에 너그러운 청중이다.
아이들은 평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읽기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읽기에 서툰 아이들도 자신감을 되찾고 책을 읽고 싶은 동기를 찾을 수 있다.
“어린이들이 책 읽기를 배우려면 먼저 많이 읽도록 이끌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틀려도 웃거나 혼내지 않는 강아지를 청중으로 아이들은 읽기 연습에 재미를 들일 수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자 마릴린 재거 아담스, 2017.3.22.더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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